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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의 부재

트루북스 2023. 4. 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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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밥솥을 여는 순간 '펑' 하는 빛과 함께 밥솥이 OFF 되었다.
사실 OFF된지도 몰랐다. 무서워서 얼른
전원버튼을 껐기 때문이다.
이 사단이 날 날을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꽤 오래전 밥솥 연결 부위가 부서졌다.
(인증샷을 찍었어야 했는데 ...')
너무 거칠게 다뤘나 보다 쾅쾅 위로 올리고
밥솥이 안 열릴땐 너무 당황했다.
저 안에 밥은 보이는데 밥솥은 안열리고
궁하면 통한다했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난 뒷쪽 연결부위를 유심히 살펴보고 수동 밥솥 열기를 시작했다.
다행히 깨진 부위를 살포시 넣으니 밥솥이 열렸다.
불편함이 게으름을 이기지 못해 그럭 저럭 밥솥을 사용하고 있는 터였다.
그런데, 마침내 지난 주말 이 일이 일어난 것이다. 아 저녁밥부터 걱정이네.
나는  쌀을 불리고 미니 가마솥에 밥을 지었다.
냄비밥은 늘상 변수가 따른다.
밥물이 부글 부글하거나 밥이 설익거나
다행히 밥은 타지 않았고 저녁밥은 그럭 저럭 넘겼다.
'내일도 밥해야 하는데'
새벽 기상할때 빼곤 이리 일찍 움직이지 않는데, 아침밥은 해줘야지 하는 생각에 강제 기상이 시작되었다.
어제 불린 쌀로 밥을 앉히고 그 옆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포텐셜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글 부글 아뿔싸 또 놓쳤다.
밥물이 넘쳤다.
그리고 최대한 불을 낮추고 기다렸다.
예약 버튼만 누르면 원하는 밥을 해내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밭솥이 몹시도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나는 날이 밝는 대로 AS를 부르리라 했는데
또 어영 부영하다보니 하루가 지났다.
다음 날 전화를 했더니 목요일은 되어야 방문이 가능하다했다.
와서 직접 접수 하면 오늘 바로 수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오늘 수리'에 힘을 얻고 밥솥을 담을 가방을 챙겼다. 빨래방 가방이었는데 다소 튼튼해 보이지 않아 카트 바구니도 챙겼다.
그리고 우여 곡절 끝에 도착
As센터에 도착하니 여기 저기 보자기에 싼 밥솥들이 군데 군데 보였다.

드디어 내 차례
여기 저기를 점검하던 기사님은 밥솥이 전원이 안들어 온다고 했다.
아이쿠야 이거 '밥솥 새로 사야 하는 거 아냐'
나는 견적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지금 As가 많아서 한 두시간 있어야 나올꺼 같아요."
"기다리지 마시고 문자 드릴테니까 댁에 가세요."

나는 "네"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 4시쯤 되었나?
"밥솥 수리하는데 일주일 정도 소요되고 금액은  9****이라고 했다.
' Oh my God.'

일주일이라니
고쳐는진다하니 밥솥을 새로 살 순 없고
나는 조금 더 큰 냄비에 밥을 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곰솥
유일하게 압력이 되는 냄비라서 곰솥에 밥을 하고 있으니 딸이 물었다.
"엄마 뭐해?' 큰 솥에는 누룽지 백숙 같은 걸 하니까 내심 기대한 모양이었다.
"밥 해."
"그 냄비에 밥을 한다구 헐"
그래 '헐' 맞다.
그래도 어쩌누 이가 없음 잇몸으로라도 살아야제.
그 때부터 나의 밥순이 생활은 시작되었다.
나름 누룽지도 먹을 수 있고 강제 기상 빼면 뭐 그럭 저럭
그리고 밥솥이 고쳐지길 기다렸는데 금요일
밥솥이 다 고쳐졌으니 찿으러 오라고 했다.
나는 튼튼해 보이는  큰 가방을 챙겨 AS센터에 도착했다.
패킹, 연결부위, 전원까지 부품이 많기도 했다.
'아이쿠야 저 만큼이나 고장이 났었네.'
힘들었을 밥솥에 급 미안해 졌다.

                    밥솥 찾으러 가던 길

소소한 행복

                       꽃은        예쁘다.

             처음 보는 꽃 예쁘다.

이번 밥솥 사건의 교훈
문제 발생시 즉각적으로 대처하자.
불편함을 참지말고 부지런해 지자.
덮어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온 몸으로 부딪치자.
일이 안풀릴땐 머릿속으로만 지레 짐작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밥솥 #불편함 #게으름 #AS